장애 가진 첫째 딸 털어놓으며 숨겨진 아픔 공개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다시 길로 나서게 돼"
[충청뉴스 논산 = 조홍기 기자] 논산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가장 먼저 현장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형광 조끼를 입고 교차로에 서서 차량 흐름을 정리하고, 휠체어를 탄 시민을 가장 편한 자리로 이끄는 이들. 바로 논산시 모범운전자회다.
그 중심에는 김봉식 회장이 있다. 연무가 고향인 김 회장은 의용소방대 활동 21년, 청년봉사회 9년 등 삶의 대부분을 봉사와 함께해왔다. 모범운전자회 활동만 해도 40년이 넘는 베테랑. 지역에서 “김봉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는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김봉식 회장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2남 2녀 중 첫째 딸이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몸이 불편한 딸을 둔 아버지로서, 그는 밖에서도 ‘장애’라는 글자가 적힌 차량만 지나가면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은 “큰 딸 생각만 하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새벽에도 아프다고 하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가족이 그런 상황을 겪다 보니 길거리에서 ‘장애’라는 두 글자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데…”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장에서도 김 회장이 가장 마음을 쓰는 대상은 장애인과 어르신들이다.
그는 “어르신들은 그냥 오시지만,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주차장부터 막막해하신다. 장애인 주차장을 찾으며 헤매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시민을 직접 안내해 자리를 잡아드리고, 돌아오는 “고맙다”는 한마디가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다. 김 회장은 “그 말 한마디면 피로가 다 사라진다”고 웃으며 전했다.
가족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뒤에서 지켜준 가족들이 진짜 영웅”이라며 “회원들이 봉사하느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할 때도 따뜻하게 맞아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묵묵히 헌신해준 가족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어느덧 57년… 모범운전자회가 나아가야 할 길
혹한과 혹서 속에서도 모범운전자 회원들은 거리로 나섰고, 그렇게 쌓인 시간이 어느덧 57년이 됐다. 긴 시간 헌신해 왔지만, 사무실이라고는 컨테이너 박스가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지난 2024년, 회원들에게는 잊지 못할 변화가 찾아왔다. 논산시가 공설운동장 2층에 모범운전자회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준 것. 김 회장은 “회원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공간”이라며 “큰 힘이 된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함께 뛰는 경찰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 주차 배치와 동선 조정은 늘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이뤄진다. 그는 “논산경찰서 전체 인원은 265명이지만 교통 담당 인원은 많지 않다”며 “적은 인원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현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모범운전자회 참여를 호소했다. 현재 논산시 모범운전자회 회원은 약 30명. 대부분이 60대 중후반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최고령이 67세이고, 막내도 66세”라며 “회원이 많아야 시민을 더 안전하게 모실 수 있는데, 이 문제는 현재 전국 연합회 차원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김봉식 회장이 반복해 강조한 말은 단 하나였다.
“논산에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가족을 맞이하듯 시민을 모시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묵묵히 길 위를 지켜온 40년. 김봉식 회장과 논산시 모범운전자회가 있기에 논산은 오늘도 조용히, 그리고 안전하게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