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감소가 학령인구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지역 사립대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부대학교는 대학경영의 전략적 변화를 밑거름 삼아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최종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취임한 엄상현 총장은 26년동안 교육부에서 근무하며 교육정책을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부대 도약을 이끌 임무를 맡게 됐다. 대학의 지속 가능성과 학생 중심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엄 총장의 비전과 철학 등을 알아본다. / 편집자주
Q. 늦었지만 총장 취임 소감을 말해달라.
A. 중부대학교 총장직을 시작하면서 처음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축하해 주신 분들도 있지만 걱정하고 염려해 주신 분들도 많았다. 요즘 지방 사립대학들이 겪고 있는 재정난이나 인구 감소 등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지방 대학에서의 총장의 역할이라는 것이 3D 업종에 해당된다는 걱정이었다.
또 어떤 분들은 교육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여건이 어려운 지방 대학에 가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도 있을텐데 그런 일들이 위신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저도 그런 걱정과 염려가 잘못된 지적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일들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저는 그런 측면 보다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에서 중부대학교에서의 총장 일을 선택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대표적인 지방 사립대의 하나인 중부대학교를 과연 발전시킬 수 있는지 교육행정 경험에 기초해서 확인해 보고자 한다.
어떤 노력을 이렇게 어려운 여건에서의 대학이 발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어떤 노력을 통해 가능할 것인지 직접 경험해 보고자 한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이러한 시도는 더 가치 있게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일에는 당위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규범적 측면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그리될 수밖에 없는 사실적 측면이 항상 공존한다.
지방사립대학으로서의 중부대가 처한 현실을 기초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교육부가 제시하는 대학정책의 방향에 가장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고 있다.
Q.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이후 기대사항이 있다면.
A. 교육부의 제1기 구조개혁 평가에서 실패한 이후 3년 동안 중부대학교는 지방사립대가 겪는 어려움의 평균보다 2-3배 이상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지난 2기 구조개혁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인정받은 것은 정말이지 천금보다 귀한 선물이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그 결과로 주어지게 된 겉으로 드러나 있는 부상들이 많다. 교육부 지원금과 더불어 다양한 정부 예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적어도 대학 경영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예산 부문에서 이전 년도들 보다는 상당한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기대 못지않게 중요한 소득은 중부대학교 구성원인 교직원과 학생들이 우리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1기 평가에서 실패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이 겪은 좌절감은 컸고 그 결과로 주어진 정부 재정지원 제외 조치는 등록금이 동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교육 연구 현실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 왔다.

그 와중에도 2기 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대학 본부의 부족한 지원을 감내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협력한 결과로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적 확신을 기초로 더욱 발전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중부대학교로서는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Q. 대학의 미래 청사진을 소개한다면.
A. 현재 학교에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며 내년 2월에 완성할 예정에 있다. 지금 단계에서 미래청사진을 말씀드리기에는 시기적으로 좀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우리 대학은 개교 후 지난 34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해 왔고, 대학의 지속 가능성과 학생 중심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의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5년에 경기도 고양에 제2캠퍼스를 개교하여 올해 그 편제가 완성됐다.
학생 규모로 보면 충청과 고양이 비슷하지만 본부는 여전히 충청에 위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구조는 지속될 것이다. 두 개의 캠퍼스 체제를 유지하면서 각 캠퍼스가 전국은 물론 해당 지역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특성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특히 충청 캠퍼스는 보건,복지,바이오 및 경찰 간호 등 공공 영역에서의 인재 양성과 연구를 중심으로 특성화해 나갈 것이고, 고양 캠퍼스는 문화예술 분야 및 ICT 분야 등에서 발전 전략을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충청캠퍼스의 경우 충청, 대전, 세종 전체는 물론 학교의 주소와 건물이 위치해 있는 금산군의 인구, 자연, 그리고 산업적 특성에 맞추어 저희 대학이 갖추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최대의 학연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Q. 교육부 재직경험이 총장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A. 26년간 교육부에 재직하면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대학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부의 교육정책 업무는 현실보다는 규범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개별 대학에서의 행정은 규범적인 측면 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의 대학행정 즉 대학정책 수립 경험이 곧 바로 대학에서의 경영능력으로 연결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쩌면 서로 상충하는 성격도 많이 있다고 본다.
사실 지난 9월초 학교 내부적으로 시행한 취임식에서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총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대학 현장을 처음 접하는 그런 마음으로 배우면서 일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Q. 교육철학에 대해 소개한다면.
A. 잠재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지적으로 똑똑하게, 덕성 차원에 인성을 갖추게, 신체적인 차원에서 건강하고 무엇인가를 잘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교육심리학 이론에 보면 인간이 가진 지덕체 특성의 발달은 시기적 속성이 있으며 보통 학생들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으로 오는 과정에서 지덕체를 발달시켜야 하는 특정한 시기를 놓쳐 대부분의 특성들이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고, 대학에 와서는 이미 늦어버렸다고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저도 이런 내용의 평가와 비판에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아이들의 발달이 다 끝났다고, 대학생이 되면 이제는 발달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공직을 끝낸 후 지난 8년 동안 대학교수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강의와 수업을 하며 확인한 것이 있다. 대학에서 적절한 학습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면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자질들을 찾아 키워낼 수 있다.
저는 우리 중부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교육학개론에서 설명하는 그런 교육의 개념이 담긴 대학교육을 제공해 나가자고 우리 대학의 교수님들과 직원분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중부대학교에서 4년의 교육을 받은 후에 졸업장과 함께 미래에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역량을 가지고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런 자신감과 역량을 키우고 싶어하는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중부대학교를 지원하는 그런 대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